채용 시즌마다 수백 편의 자기소개서를 읽는다는 한 인사 담당자의 말이 오래 남는다. 요즘 글은 하나같이 문장이 매끄럽고 구성이 탄탄한데, 이상하게도 기억에 남는 글이 없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글쓰기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문장력이 부족해 불이익을 받던 지원자에게는 분명 반가운 도구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도구로 다듬은 글은 결국 비슷한 얼굴을 하게 된다.
자기소개서의 본래 목적은 잘 쓴 글을 고르는 데 있지 않다. 이 사람이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매끈한 문장 사이로 그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면 서류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기업들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문항을 줄이는 대신 면접에서 구체적인 경험을 묻거나, 짧은 실무 과제를 도입하는 곳이 늘었다. 글보다 대화에서 사람을 보겠다는 판단이다.
AI를 쓰느냐 마느냐는 더 이상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그 도구를 통과한 뒤에도 남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좋은 글은 좋은 경험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