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식탁 위 휴대전화가 짧게 울린다. “내일 회의 자료 한 번만 봐 줄 수 있어요?”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이다. 답장을 보내고 나면 저녁은 이미 절반쯤 업무 시간이 돼 있다.

원격근무와 협업 도구가 보편화하면서 일과 삶의 경계는 더 흐려졌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말은 어디서든 일해야 한다는 뜻으로 바뀌기 쉽다. 퇴근이라는 단어가 점점 물리적 이동만을 가리키게 됐다.

몇몇 기업은 업무 시간 외 메시지 예약 발송을 기본값으로 바꿨다. 급한 일이 아니면 다음 날 아침에 전달되도록 한 것이다. 작은 설정 하나지만 구성원들이 느끼는 해방감은 결코 작지 않았다고 한다.

알림을 끄는 일은 개인의 용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답장이 늦어도 괜찮다는 신호를 조직이 먼저 보내야 한다. 리더가 먼저 밤 메시지를 멈출 때 비로소 문화가 바뀐다.

쉬는 시간은 일을 잘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 저녁만큼은 알림을 끄고 식탁 위의 대화에 귀 기울여 보길 권한다.